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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상화폐)에 국운을 건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은 안전하다”고 주장해 반발과 조롱을 사고 있다. 미국 금융가의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 피터 쉬프 유로팩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부켈레 대통령의 트위터에 직접 댓글을 달아 “나쁜 조언을 삼가라”고 지적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일각에서 비트코인 시세를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차트를 보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하겠다. 비트코인 투자는 안전하다. 그 가치는 약세장을 마친 뒤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다. 인내가 관건”이라고 적었다.
부켈레 대통령이 이 트윗을 작성한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9일 낮 12시4분. 당시 비트코인은 2만 달러에서 1만7000달러대까지 수직으로 하락한 뒤 가까스로 반등해 1만8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비트코인은 20일 오후 5시 현재 2만 달러 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세계 정상 중 가장 노골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지지해왔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세계 최초의 국가다. 엘살바도르에서 현재 유통되는 통화는 미국 달러화와 비트코인뿐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정부 예산으로 매입하는가 하면, 가상화폐 채권을 발행하거나 채굴·유통 도시를 건설하는 구상도 밝혀왔다. 그야말로 비트코인에 국운을 건 셈이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강한 변동성에 따른 엘살바도르 물가의 급변, 작지 않은 규모로 입은 정부 예산의 손실에 있다.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에서 법정통화로 채택될 당시 4만4000달러 선에 거래됐다. 이로부터 2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8일 6만8000달러를 찍고 사상 최고가에 도달했다. 당시 한국에선 82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고유가와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대도시의 ‘코로나 봉쇄’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 유동성을 회수하자 가상화폐 시장도 급변했다. 비트코인 가치는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 밑으로 내려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 안정성·건전성, 소비자 보호에 위험이 크다”며 엘살바도르 정부에 비트코인에 대한 법정통화 채택 취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자국의 ‘경제적 주권’으로 여기는 엘살바도르 정부는 IMF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비트코인에 대해 변하지 않은 지지 의사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의 상승장에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열광을 끌어냈던 부켈레 대통령의 트윗도 하락장에선 힘을 받지 못했다. 4000건 넘게 달린 댓글 중 일부는 자국민과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비난과 성토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조롱했다.
급기야 쉬프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나섰다. 전통적 자산인 금의 가치를 맹신하는 쉬프는 비트코인이 급등을 시작했던 지난해 8월 “지금 팔지 않으면 바보”라고 투자자들을 조롱했다가 반발을 샀던 ‘비트코인 회의론자’다.
쉬프는 부켈레 대통령의 트윗에 직접 댓글을 달아 “나쁜 충고를 삼가라. 이미 (고점 대비) 시장 가치에서 75%가 증발한 비트코인을 어떻게 안전한 투자처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